네트워크 학회를 간 동안 집 수리 및 인테리어 공사가 끝났다는 연락을 받았다. 아파트 배정 이후 일주일 안에 퇴사를 해야 하기에 학교로 돌아가서 바로 이사하기로 결정하였다.
월요일 저녁 학회가 끝난 후 연구실 사람들과 학교로 돌아오니 오후 열 시 정도였다. 예전 기숙사 20동에서 기숙사 16동으로 이사했을 때 밤마다 이사해서 사흘 정도 걸린 것을 교훈삼아 새벽 내내 이사를 하면 완료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였다.
짐을 싸고 있는 중에 준영 선배가 전화를 주셔서 도와주신다고 하셨다. 함께 나흘짜리 컨퍼런스를 다녀 온 것을 아는데 도와달라고 하기가 부담스러워서 괜찮다고 사양했는데 도와준다 도와준다 하시더니 화를 내셨다. “다음에 내가 이사할 때 힘들면 도와주면 되지!” 놀라서 엉겹결에 “그럼 도와주세요~” 하고 답을 하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주변에 있는 캐리어와 배낭들을 싹 빌려서 동명군과 종현이와 함께 이사를 도와주러 오셨다.
준영선배는 이사의 전문가였다. 앞방에 사는 재필이가 대여해 준 플라스틱 상자들에 책을 모두 담고, 나머지 물건들은 서랍 내용물째로 마치 포장이사마냥 싹 쓸어서 담아서 옮겼다. 공사 후의 아파트가 깨끗하지는 않기 때문에, 첫 짐을 나르고 재필이가 청소를 해 주고 나머지 사람들은 함께 짐을 날랐다. 포장 이사 형식으로 두 번 나르고, 연구중이던 재원이에게 연락하여 차로 박스를 두 번 날랐다. 그러니 금방 이사가 완료되었다. 사흘이 한시간 반이 되었다.
이사 뒷풀이를 하려고 했으나 시간이 너무 늦고, 컨퍼런스를 다녀온 사람, 아침에 수업이 있는 사람, 연구하다 내려온 사람들이라 다음을 기약하였다. 포장 이삿짐을 몽땅 마루에 쏟아 부었기에 정리하려면 시간이 꽤 걸리겠지만 이렇게 순식간에 짐을 옮긴 것 만으로도 일의 반 이상이 끝난 것이나 다름이 없다.
부담될까봐 부탁하지 않는 다는 것을 다르게 뒤집으면 서로 부담주는 관계가 되기 싫다는 의미가 될 수 있음을 배웠다. 인생은 하루하루가 배움이라지만, 결혼은 그 자체만이 아니라 과정을 통해 많은 깨달음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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