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복 주문

결혼식 68일 전 | 2008/11/02 22:54 에 작성 | 결혼 준비 | inureyes

처가?에 와서 결혼 예복을 얻어 입게 되었다.

이런저런 것들을 전부 하지 않자고 주장해서 모두 받아 들여졌다고 생각했는데, 어른들 입장에서는 그게 꼭 마음 편한 방법만은 아닌 것 같았다. '결혼은 집안과 집안의 만남' 이라는 명제와 같은 주장을 좋아하지 않지만, 그래도 세상에 있게 해주신 분들에 대해서 너무 일방적으로 판타지를 깨는 것이 아닌가 싶은 마음도 들어 어느 정도까지는 하기로 했다. (그 선을 긋는 것이 굉장히 복잡한 일이다.)

은진이 외할머니와 이모 가족과 함께 팔공산에 단풍 구경을 갔다가, 점심 시간 느지막히 대구 롯데 백화점을 방문했다. 우리 집에 보낸다는 부모님 이불과 외할머니 이불, 반상기(일종의 2인 기준 그릇 세트이다. 밥을 지어 시부모님께 대접한다-는 의미로 한다는 듯) 와 은수저 두 벌을 우선 주문하였다.

(보기에 아무 필요 없어 보이는) 물품들을 사는 내내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러다 생각을 좀 해 볼 계기가 있었다. 지하 1층이 혼수품목을 다루는 곳인데, 같은 층에서 컴퓨터도 혼수 품목으로 팔고 있었다. 거기에서 얼마전에 구입한 맥북 프로 17인치를 팔고 있었는데, 430만원이 좀 넘었다. 아마, 내가 구입한 컴퓨터도 어른들 눈으로 보면 효용 가치는 내가 보는 이불과 비슷하게 보일 것이다 (그런데 더 비싸지). 그런데 어떤 물건에 대한 가치를 스스로 판단하고 그 기준에 따라 못마땅해 한다는 것이 참 건방지다 싶었다. '내 결혼' 이지만 세계관을 다르게 보았을 때도 그러한가.

감정이 감춰지는 스타일이 아니라 그런지, 내내 표정이 계속 안 좋았나보다. 결론을 내리고 상황을 받아들이기로 하니 나중에 여름 겨울 양복을 고를 때는 표정이 확 좋아졌는지 다들 편안한 분위기에서 고를 수 있었다. 집안간의 선물이나 우리가 받는 것들에 대하여 어느 정도까지가 적당한지, 어느정도까지 받아들여야 할 지의 고민은 계속 남겠지만, 가급적이면 다들 마음이 좀 편한 쪽으로 하는게 어떨까 싶었다. 현실 타협이랄까.

2008/11/02 22:54 2008/11/02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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