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숙사에서 아파트로 이사를 온 다음 생활을 위해 무조건 필요한 것이 하나 있다. 냉장고도 아니고, 가스레인지도 아니다. 세탁기가 필요하다. 나머지는 밖에서 모두 해결할 수 있지만 세탁의 경우에는 대안이 없다.
원래 계획은 보희형이나 덕용이형이 알려 주신대로 두 분께 부탁을 드려서 등외품 가전제품을 구입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세탁기는 당장 급하고, 다른 가전제품의 경우에도 등외품의 경우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하여 일단 등외품이 아닌 일반 가전제품들을 살펴보기로 하였다.
또한 밤새 이삿짐을 정리하고 싶었으나 한계가 있었다. 텅 빈 집이라 짐을 풀어도 그 짐들을 집어 넣을 곳이 없었다. 일단 기본적인 정리를 해야 은진의 이사를 할 수가 있기 때문에 세탁기도 구입하고 수납및 청소에 필요한 몇가지를 구입하기 위하여 마트를 방문하기로 하였다.
문제는 기숙사 생활은 오래 했지만 자취 경험은 전혀 없기 때문에 아파트 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는 점이었다. 외국 생활 경험이 풍부한 재석이와, 국내 생활 경험이 풍부한 재필이에게 충고 및 도움을 요청하기로 하고 둘에게 연락을 하여 도움을 받았다.
여름부터 조사를 통해 알게된 점들이 몇가지 있다. 가전제품의 경우 IT만큼이나 제품의 회전율이 빠르다. 크게는 년단위로 새 제품이 나오고, 계절을 타지 않는 제품의 경우에는 3개월마다 새 제품이 나오기도 한다. 신제품 안정화 기간이 걸리는 자동차나 핸드폰, TV와는 달리 대부분의 백색가전은 굉장히 안정된 베이스를 바탕으로 스펙이나 전력소비량, 기능을 중심으로 업데이트가 된다, 또한 오래된 리비전의 경우 컴퓨터와 달리 구제품을 계속 생산해서 제품이 있는 것이 아니라 과거 재고가 남아있는 것이기 때문에 제품의 수명이 영향을 받은 상태인 경우가 있다. 그래서 신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괜찮은 선택이라고 판단하였다.
백색가전의 경우 LG와 삼성이 유명하고 고가품의 경우 애프터서비스가 중요하기 때문에 덩치크고 비싼 가전제품들은 대기업의 가전제품을 사기로 하였다. 또한 세간살이의 원칙에 따라 가격에 집착하지 않기로 결심하고 마트를 방문하였다.
마트나 백화점을 방문할 경우 전시품을 구매할 수 있는 경우가 있다. 전시품의 경우 원래 가격에 비하여 최소 10%에서 최대 30%까지 저렴하게 구매할 수가 있다. 또한 전시품을 구매해도 별다른 문제가 없는 제품들이 있다. 전시된 상태애서 동작이 불가능하고, 제품을 실제로 동작해 보지 않는 제품들의 경우 전시품을 구매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단, 제품을 전시하며 계속 동작하여 제품 열화가 일어나거나, 제품을 이리저리 만져보고 열어보는 제품의 경우에는 전시품 구매가 좋은 선택은 아닌듯. 덤으로 원래 가격이 낮은 제품의 경우에도 전시품 보다는 그냥 구매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가격이 싸면 크기가 작고, 크기가 작으면 전시된 상태에서 이리저리 손타기가 쉽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전시품을 구매해도 괜찮은 경우는
- 세탁기
- 밥솥
- 냉장고
- 식기세척기
전시품을 구매하는 것이 좋지 않은 경우는
- (LCD/PDP) 텔레비전
- 청소기
- 주방용 믹서기
- 전등 및 가구 정도이다.
오후에는 먼저 재석이와 함께 학교에서 가까운 이마트를 방문하여 세탁기를 구입하였다. 기숙사 생활 때 필요한 용량을 판단해 보니 10kg 정도로도 충분하다고 판단하였다.
- 건조대 자리를 줄이기 위한 건조 기능
- 삶은 빨래나 스팀 빨래 기능
- (음주후 옷에 냄새가 잘 배니까) 실제 빨지는 않고 공기로 냄새를 제거해주는 에어워시 기능
세가지가 기본으로 있는 제품 중에서 골랐다. 건조 기능의 경우 과거 모델들은 건조가 잘 안되는 경우도 많았지만, 2007년과 2008년 제품들은 (연구원들의 피나는 노력으로) 건조 기능이 전용 건조기에 견줄만큼 좋아졌다고 한다. 기숙사에 설치되어 있던 전용 건조기만큼은 안되겠지만, 좁은 아파트를 고려하면 빨래 건조대가 차지하는 면적을 줄일 수 있는 점이 굉장히 매력적인 장점이다.
위의 기능들에 소독 기능과 무소음 세탁 기능이 있는 제품으로 선택하였다. LG와 삼성 제품이 각각 장단점이 있는데, 개인적인 필요에 맞는 쪽이 삼성 제품이었다. 하우젠의 최신형 제품 중 드럼형 10kg의 풀스펙 세탁기를 전시품으로 구매하였다.
세탁기 구매 후에 필요한 여러가지 물품들을 함께 구매하였다. 수납형 서랍장은
- 스택형태가 가능해야 한다.
- 각 서랍장의 크기가 다양하면 좋다.
- 안 질리는 디자인이어야 한다.
의 조건에 맞춰서 구매하였다.
기타 화장지 롤, 드럼세탁기용 세제, 화장실용 모서리에 설치하는 욕조 선반, 방향제, 키친타올을 구매하였다. 조언을 구하기 위해 재석이에게 동행을 부탁했는데, 결과적으로는 ‘문재석군의 살림 강좌’의 실습 세션에 참가한 학생이 된 느낌이었다. 엄청나게 많이 배우고, 많이 까였다.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은 물어보면 하루종일 설명해 줄 수도 있지만, 테팔이 냄비 회사고 테플론을 개발한 회사인지는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쌍둥이칼이 헹켈이라는 회사의 칼이고, 칼에 레벨이 있다거나 등의 이야기는 정말 딴세상 이야기였다.
아무래도 이후 석 달동안은 새로운 것을 배우는 시간이 될 듯 싶다. 선생님들이 많은 것에 안도해야 할 지, 미리부터 까일 것을 두려워 해야 할 지. 예전 연구실 들어가서 코딩 못한다고 명원 선배한테 엄청 까이던 추억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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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전제품 사실 때 도와드릴 수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ㅋ 이미 다 사셨으려나요?
식기세척기와 광파오븐, TV를 제외하면 모두 샀다네^^ 감사~
수납형 서랍장은 '스택형태가 가능해야 한다'... ;;
설마 매장에 가서 직원에게 '혹시 스택형태라 가능한가요?' 라고 물어보신 건 아니시죠?? ㄷㄷㄷ
물어볼 뻔 했는데 다행하게도 매장의 수납장 전시 한 가운데에 그런 모델이 있었습니다. ㅎㅎㅎ